나의이야기

동생 동화책

애기소나무 2026. 6. 12. 11:35

호주에서 버스를 모는 동생이 보내온, 예순 살의 동화책

호주 시민권을 받고 그곳에서 살고 있는
셋째 동생은 아무리 바빠도 일 년에 한 번은 가족들을 보러 한국에 들어오려 노력한다.

지난 초봄, 작은 아들 결혼식 때도 멀리서 발걸음을 해주었는데, 이번에는 치과 치료를 위해 일주일이라는 짧은 일정으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오랜만에 마주한 동생과 함께 일일 여행도 다녀오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짧지만 밀도 높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즐거운 여정 속에서 동생은 슬며시 자신의 특별한 프로젝트를 공유해 주었다.
자신의 예순 번째 생일을 맞아, 평생소원이었던 '책'을 만들었다는 이야기였다.

컴퓨터가 지운 직업, 그리고 대형 버스 운전대를 잡기까지 사실 동생의 원래 직업은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컴퓨터가 그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평생 해오던 직업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경험을 해야 했다.
그러나 동생은 주저앉지 않았다.
지금 동생은 호주에서 거대한 대형 버스를 모는 버스 기사로 살아가고 있다.
남자들도 혀를 내두를 만큼 거칠고 고된 일을 여자의 몸으로 당차게 해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일에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는 모습, 그리고 그에 걸맞은 단단한 경제적 여유를 스스로 일구어낸 동생을 보면 언니로서 늘 가슴 한구석이 든든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어릴 적 꿈이었던 동화 작가, 마침내 결실을 맺다
그렇게 치열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동생이 삶의 여유를 바탕으로 시작한 일이 바로 책 쓰기였다.
남의 손을 빌린 것이 아닌,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주는 '환갑 선물'이었다.
그리고 오늘, 마침내 그 책이 우리 집 마당으로 배달되었다.

"축하한다. 너의 책이 나온 것을 엄청나게 축하해."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데 나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오르고 뭉클한 감동이 밀려왔다.

어릴 적 동생의 꿈은 동화 작가였다.
비록 현실의 파도에 밀려 잠시 접어두어야 했지만, 동생은 그 오랜 꿈을 잊지 않고 있었다.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과 마음을 담은 문장들로 채워진 책을 보니, 꿈을 향한 동생의 열정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변화하는 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당당히 제2의 인생을 개척한 것도 모자라, 마침내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어린 날의 꿈까지 멋지게 길어 올린 동생. 그 열정과 당당함이 참 눈부시고 고맙다.

행운을 기록해 두고 싶은 날

지나고 나면 흐려질지 모를 이 감동과 기억을 붙잡아두고 싶어 서둘러 글을 적는다.
오랜만에 동생과 마주 앉아 밥을 먹었던 시간도, 동생이 흘린 땀방울이 예쁜 동화책이 되어 돌아온 오늘도, 내겐 더할 나위 없이 '운이 좋고 행복한 날'이다.
멀리 호주로 돌아가서도 운전대 안전하게 잘 잡고, 늘 지금처럼 반짝이는 열정으로 살아가기를.
재미있게 잘 읽었어, 내 동생!

26. 6. 12. 기록

#환갑선물 #동화책출간 #나에게주는선물 #멋진도전 #인생이모작 #호주버스기사 #꿈은이루어진다 #특별한기록 #가족일기 #에세이

'나의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도사 방문  (0) 2024.02.01